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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다중언어 아이를 위한 책읽기 – '나다움'과 언어를 함께 키우기
Min Jung KwonShare
아이가 어느정도 크고 나면 책은 언어발달 뿐 아니라 자신의 문화, 정체성...'나다움'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줍니다.
특히 4–6세는 스스로 언어를 선택하고, 더 깊이 이야기를 이해하며, 정체성의 첫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때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하는 책읽기 활동들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들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서 왔는지를 고민하며 비판적 사고의 싹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책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이가 사용하고 싶은 언어를 선택하도록 해주세요.
4–6세는 부모님의 개입이 없이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어떤 언어로 읽을래?”라는 질문을 통해 아이의 언어 주도성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한가지 언어로만 혹은 자기가 편한 언어로만 읽으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1) 날짜별 언어 정하기
아이와 함께 날짜별로 언어를 정해보는 겁니다. 아이가 정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월·수 = 한국어, 화·목 = 영어 금 = 스페인어처럼 아이의 상황에 맞게 책 읽기 루틴을 정할 수 있겠습니다.
매일매일 책 읽기가 힘들다면 한 주는 영어, 한 주는 한국어, 한 주는 프랑스어처럼 매주 언어 하나를 골라 가족이 그 언어로 된 책만 읽어보는 규칙을 정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함께 규칙을 정하면 아이가 좀 더 쉽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2) 언어별 코너 만들기
책을 무작위로 섞어두기보다는, 언어별로 나누어진 책장이나 작은 코너(예: '한국어 이야기 공간', '영어 이야기 시간')를 마련해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특정 공간에서는 한 언어에만 집중해 접할 수 있게 됩니다.
아이가 익숙하지 않거나 거부 반응을 보이는 언어에 대해 더 자연스럽고 적극적인 노출을 도와주고, 그 언어로 된 더 재밌는 책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기회 (만화책, 다양한 캐릭터 책 등)를 만들어줍니다. 또 아직 정체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라도, 자신이 스스로 공간과 언어를 선택하는 경험이 언어에 대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reference: Wagner, C. J. (2022). Multilingualism and reading identities in prekindergarten: Young children connecting reading, language, and the self. Journal of language, identity & education, 21(6), 423-438.
2. 그 나라의 문화가 드러나는 동화책을 읽어보며 대화해보아요.
이 시기에는 아이들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문화들을 책을 통해 전달할 수 있습니다.
1) 문화 배경이 드러나는 동화책 읽기
프랑스 책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파란색 개'에 대한 이야기 Chien Bleu 같은 경우는 읽으면서 프랑스 감성 특유의 상징성과 비유, 그리고 다름에 대한 수용이라는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겠습니다. 다양한 시선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사회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2) 가족의 실제 경험과 연계하기
'알사탕'은 한국적 정서와 세대 간의 따뜻한 관계를 그려내는 책입니다. 책 속에는 ‘외할머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웃과의 정’ 같은 정서적 배경과 가족 중심의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읽어줄 때는 “이런 일이 너희 외할머니 때도 있었어”, “이 사탕을 우리 가족 중 누가 먹으면 좋을까?” 같은 이야기를 곁들이면, 아이의 경험과 가족 이야기,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3. 같은 책을 다른 언어들로 비교해보세요.
예전 포스팅에서 같은 책을 다른 여러 언어로 비교하는 것의 장점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https://shorturl.at/TDa2z). 같은 책을 여러 언어로 읽어보면서, 두 개 이상의 언어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 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은 아이의 언어 감수성을 크게 키워줍니다.
이런 질문들을 해주세요:
- 여기서는 이 장면을 ‘enormous’이라고 했네? 한국어로는 뭐라고 표현했지? 일본어는?
- 영어 hurricane은 한국어로도 허리케인이네?? 스페인어로는 뭐라고 해? Huracán은 다른 언어들이랑 어때?
이런 질문은 아이에게 언어적 차이를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언어의 본질과 구조, 그리고 의미를 고민하도록 돕습니다.
단지 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함께 자신의 어디서 왔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나와 나의 언어들은 특별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여러 문화를 존중하는 사람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번 달에 읽을 책을 함께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